Notion 유저에서 파트너가 된 이야기: ③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앞서 우리는 노션의 초기에 해봄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그들과 연을 맺게 되었으며 이후 어떤 식으로 그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갔는지를 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 몇 가지 있어 미리 말씀드리면, "뭐야, 인맥이 좋았던 거 아니야?", "영어를 잘해서 그런 거 아니야?" 등의 '내가 못하는 이유'를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아는 사람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영어는 역시 번역기와 Grammarly 조합으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잘난 거 하나 없다는 거죠. 그런데 결과가 좋으니 이것이 미화되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부의 제목을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이라고 지은 것은 저게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기 때문 입니다. 제가 2017년에 노션을 처음 보았다고 하지만 분명 저보다 먼저 노션을 알게 된 분도 계실 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NotionHQ와 미팅을 하고 협업을 하는 과정은 제가 딱 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 이상의 일은 받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것에 잡아 먹히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여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급하고 눈앞에 이익을 좇다 보면 중요한 것들을 잃기 쉽습니다. 저는 영어에 능하지 않습니다. 다만, 12년간 한국 교육 속에서 상대적으로 영어는 타 언어에 비해 익숙한 언어죠. 그래서 무작정 메일을 썼습니다. 학교 다닐 때, 어쩔 수 없이 이름 모를 미국 어딘가 사는 친구에서 펜팔 보내는 느낌으로 말이죠. "오 그럼 저도 관심 가는 회사에 일단 메일을 보내볼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염두에 두세요.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고객을 홀대하는 기업은 없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고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내주는 고객을 홀대하는 기업이 있을까요? 적어도 소수인 스타트업일수록 더욱 이런 고객에게 관심을 가질 겁니다. 앞서 말한 메일을 보내고 적극적으로 해당 회사의 팬의 자처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합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것이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한계가 있고 각종 절차 등이 생기며 직접적인 소통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멋지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멤버가 소수인 팀을 찾으셨다면 걱정하지 말고 연락을 해보세요.
Blame이 아니라 Contribute의 개념으로
간혹, 위의 "적극적"을 오해하셔서 이 기능을 넣어 달라, 이걸 고쳐 달라, 버그가 많다 등의 의견을 많이 자주 보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소 공격적일 수 있는 메시지이고 이것 자체가 Blame의 개념으로 듣는 이 입장에선 비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럼 좋은 소리만 하라고요?" 아니죠. 그건 아첨을 떠는 행동이고요. 대안과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함께 표현함이 좋다는 말입니다.
"너희 서비스가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서, 한국어 가이드나 한국어 지원을 해주면 좋겠어" 보다
"너희 서비스가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서, 노션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내 친구들이 언어적 장벽을 느끼고 있어 괜찮다면 너희가 만들어 놓은 영어 가이드를 내가 번역해도 될까?"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이것은 단순한 요청이냐, 아니면 기여를 하느냐를 메시지 안에 담아서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실 IT 프로덕트/서비스를 만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많은 버그나 문제는 이미 개발팀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레거시 때문에, 현재로선 대응이 불가능해서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죠. 이때는 정말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 부분에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Order가 아니라 Advisor의 개념으로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메일을 보낼 때도 "고쳐줘(Fix it)!"의 느낌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령의 개념으로 해당 팀과 소통을 하게 되면 사람이라면 당연히 수용과 피드백을 원하게 됩니다. 왜냐면 내가 지금 부탁을 하고 명령을 내린 것이거든요. 하지만 이걸 조언의 느낌으로 생각해 봅시다. 오은영 박사님이나 이말년 작가나 여러 인사들이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가 수용자가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다르고 발신자의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은 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 팀에게 조언을 준다고 해서 그 조언을 말 그대로 참고인 것인지 맹목적으로 지켜야 하는 명령이 아닙니다. 여유를 가지고 조언을 해보세요. 냉정하게 이게 내 사업은 아니잖아요? 그들도 필사적이면 언젠가 귀를 기울이거나 그때 그럴 껄이라고 하겠죠.
여기서 여유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저는 신론자는 아니지만 종교의 경전들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례로 들기 좋은 이야기가 많거든요. (우리가 탈무드 읽는다고 유대교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성경에 보면 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가복음 5장 1:11절) 제가 성경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여기 일화가 무척 재밌는데, 당시 예수라는 존재는 신통력(?)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그때 베드로를 만나게 되죠. 베드로는 어부였습니다. 베드로는 예수에게 물고기를 풍족히 잡게 해 달라 요청했고 예수는 어떤 깊은 물가를 가리키며 거기에 그물을 펼쳐보라 합니다. 베드로는 투덜거리면서 그물을 펼치죠. 왜냐면 당시 베드로는 10년 차 어부였고 저 깊은 물은 이미 베드로가 한 번 어업을 해본 곳이었거든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원래 한 마리도 못 잡았던 베드로는 이번엔 물고기를 무진장 많이 잡게 됩니다. 얼마나 많이냐면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요. 그물이 찢어져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배는 똑같이 빈 배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베드로는 예수를 따라 제자가 됩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예수의 기적을 찬미하려는 것도 여러분에게 교회를 가라, 성경을 읽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여유와 용량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여유가 없으면 기회가 와도 그것을 잡지 못합니다. 나의 용량이 얼마인지 모르면 오히려 해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사실 처음으로 돌아가 이 글의 제목은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입니다. 즉, 여유가 있으 때, 내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일을 하면 눈에 더 많은 기회가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다시 잘하면 되죠. 그 대신 두 번 실수는 말아야겠죠.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의 멋진 팀, Notion과 함께 일하고 있는 해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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