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Your CARD 제작기: ③ 재밌어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3000만원을 쓰게 만들었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무척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이해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실제로 저는 아이디어에는 3가지 단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첫 번째는 공상의 단계입니다. 머릿속에서 존재하는 생각의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보통 이 단계의 아이디어들은 휘발되어 사라지거나 즉시 실행되곤 합니다.
- 두 번째는 구현의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선 아이디어들은 보통 말, 글, 영상, 제품 등으로 실현이 됩니다. 우리가 접하는 많은 창작물과 제품들은 이 단계에 도달해야 우리 앞에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가 눈 앞에 보이게 되거나 만져지게 되는 단계입니다.
- 마지막은 이해의 단계입니다. 만든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이 아닌 타인들이 아이디어를 보고 이해하고 공감해 대가를 지불하는 단계 입니다. 이때 사람들은 내 아이디어 돈을 내고 구매를 하거나 투자를 하기 시작합니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형태는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시험대입니다. 내가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그것을 구현해 낸 다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를 지불하도록 이해시키는 모든 과정이 들어있습니다.
아이디어를 통해 Pick Your CARD라는 제품을 만들었으니 이 제품이 어떤 제품이고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생각한 이 제품의 가치를 이해 못하는 이들에게는 사실 이 제품은 어쩌면 글자가 적힌 종이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토리 보드에 다음과 같이 일상에 공감이 되는 부분들을 나열해 평소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었던 부분에 Pain Point를 느끼게 하였습니다. 사실 우리는 대화를 하다가 끊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것은 늘 있는 일입니다. 저와 같이 침묵을 힘들어하는 사람이면 모를까 이는 당연하기도 하죠. 하지만 한 편으로는 어색하고 미묘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친구라고 예외는 아니죠. 항상 연애, 유튜브, 맛집 이야기도 가끔 질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새로운 질문과 이야기는 늘 우리 게 활력을 느끼게 해 주죠. (적어도 저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관점을 공유받고 질문을 받으면서 재미를 느낍니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된 펀딩은 Pick Your CARD의 콘셉트와 매력을 보여주는데 집중하는 상세한 설명으로 진행됩니다. 이것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언젠가 크라우드 펀딩 관련된 블로그 글을 쓰게 되면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 번째로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은 약 한 달 동안 진행되었고 500여 명이 1300만 원 이상을 펀딩해 주시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사실 이렇게 펀딩을 진행하고 휴식기를 가지려 했으나...
놀랍게도 수많은 분들이 인타 메시지, 텀블벅 메시지로 추가 발매와 사용기를 전달해 주셨습니다.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사용하고 너무 좋았다는 내용부터, 썸에서 연인이 된 이야기까지 펀딩 해주신 분들의 이야기는 저희가 바로 다음 펀딩을 진행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 멤버들의 이직과 휴식 등이 있어서 몇 달은 쉬었지만)
추가 팩은 가장 주변에서 요청도 뜨거웠고 시중에서 자주 목격되는 성에 관련된 질문 카드였습니다. 마침 텀블벅/와디즈와 같은 운영 정책이 개편되면서 추가 팩이 있어야만 앵콜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추가는 꼭 필요했었기에 한 번 해봤다고 저희는 무척 빠른 속도로 준비해 나아갔습니다. 실제로 첫 번째 보다 절반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두 번째 크라우드 펀딩이 어제부로 종료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진행된 펀딩은 놀랍게도 첫 번째보다 더 많은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단가도 올랐고 첫 펀딩에선 당연히 지인 버프가 있을 거라 생각해 두 번째 펀딩에선 정말 저희 제품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한 것이었는데 큰 사랑을 받아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실 Pick Your CARD 이야기를 길게 적은 건 딱 이 문단을 위해서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걸 한 번 바로 만들어보세요. 글, 그림, 동영상, 소리, 제품, 서비스, 코드 뭐든 상관없습니다. 만들어보세요. 그걸로 남들의 이목을 끌고 실제로 내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 통하는지 시도해 보는 것은 실패와 성공을 떠나 정말 가치 있는 일입니다. 어찌 보면 처음 카드 게임을 해봤을 때 ‘그냥 재밌네’하고 넘겼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트레바리에서 질문이 적힌 종이를 봤을 때도 ‘이런게 있네’하고 넘어 갔을 수도 있습니다. ‘이걸 내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둘을 합친 매력적인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서 멈췄을 수 도 있습니다. 한 번 해볼까 해서 글로 적어서 친구들에게 보여줬고 엑셀에 글과 색을 칠해 자로 대고 칼로 잘라 테스트 해보며 만드는 것에는 어찌보면 어려운 일은 없었습니다. 그냥 공상에서 멈췄냐, 계속 했냐의 차이 정도 입니다.
한 번 해보세요.
그게 뭐든 간에.
재밌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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