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on 유저에서 파트너가 된 이야기: ① 실리콘벨리 프로덕트에 기여하기
노션(Notion)이라는 툴은 2022년 지금은 무척 유명한 툴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노션으로 포트폴리오, 홈페이지, 블로그, 소개팅 서비스 등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노션으로 다양한 것을 실제로 하고 회사에서 협업을 하는 데에도 사용하게 되었는데, 많은 이들에게 종종 듣곤 합니다. "어떻게 노션을 그렇게 일찍 발견했나?", "노션이 성공할 줄 알고 있었나?" 같은 질문들을 말이죠.
사실 해당 질문들은 약간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션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였고, 노션이 성공할 줄 제가 알았을 리 없죠. 대부분 운이었습니다. 다만 달랐던 점이 있다면, 그 운들이 맞아떨어지게 준비를 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죠. 제가 노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7년입니다. 당시 Nexon에서 개발 PM으로 근무 중인 저는 하나의 미션을 받게 됩니다. 당시에만 해도 Nexon은 각 팀마다 다른 툴을 쓰고 있었습니다. A팀은 아틀라시안, B팀은 깃 헙, C팀은 자체 툴, D팀은 아사나 등 말 그대로 춘추전국 시대였죠. 이에 이것을 모두 묶을 만한 툴을 발견하는 게 저에게 떨어진 과제였죠.
이때 다양한 툴을 접합니다. 앞서 언급한 아틀라시안의 Jira, Confluence는 물론이고 아사나, 트렐로와 같이 나름 메이저 툴부터 아직 작은 규모였던 협업 툴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노션이 있었습니다. 당시 노션은 창업한 지 1년이 채 안되었으며 Product Hunt에 노션 1.0 버전을 배포하고 voting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에버노트, 베어 등 iOS 혹은 웹에서 작동하는 메모 툴에 관심이 많았기에 해당 툴을 흥미롭게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노션에겐 미안하지만 협업 툴로 쓰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Nexon은 아틀라시안+MS 조합으로 결정되게 됩니다. 무난하고 확실한 방법이었죠.)
여하튼 이렇게 첫 번째 우연이 작용하였습니다. 제가 노션이라는 직원 10명이 안된 실리콘 벨리에 있는 작은 스타트업을 알게 되었고 해당 프로덕트에 가입하게 되었다는 거죠. 당시 노션 유저는 1,000명대였고 나름 초기 유저이다 보니 사용 중 문제(버그 및 불만 사항)가 발생했을 경우 메일로 빠르게 소통하였습니다. 그땐, 직원들이 직접 메일을 주는 낭만의 시대... 까진 아니고 개발진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었던 분위기였습니다.
그때, 개인적으로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준 Sublee, Kexplo 두 개발자랑 본인들 집이었는지 맥주집이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오픈 소스에 기여하는 것과 개발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때 별 이야기는 아녔을지 몰라도 제가 퉁명스럽게 던진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근데 그런 건 개발자들만 하는 게 아니냐? 개발 능력이 없으면 참여도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전공자, 비개발직군의 한풀이였죠. 그때, 둘 모두 저에게 이런 말을 해줍니다. "오타 하나만 고쳐도 Contributor다.", "문서화만 잘해도 어떤 프로젝트는 큰 도움을 받는다."라고 말이죠.
여기서 운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당시 노션을 사용하기 막 시작한 유저로서의 저, 그리고 기여를 하는 문화, 그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는 채널 이 세 개가 갖춰지자 하나의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추가되며 한국에서도 노션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제법 늘고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퍼트릴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이 '어? 그럼 내가 이걸 번역하면 되지 않을까?'로 바뀌었고 Notion 팀에 Cold Mail이나 다름없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대략 요약하면 나는 한국에서 노션이라는 프로덕트를 너무 사랑하고 잘 사용하고 있는 유저이다. 지금까지 개발팀과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2017년 Product Hunt 시절부터 팬인데 한국어로 너희 툴을 번역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었죠. 답은 뭐로 왔을까요? 당연히 No. 가 왔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노션은 국제화를 할 수 있게 말뭉치를 따로 분리 안 해 놓아서 한국어를 추가하는 건 생각보다 큰 작업이었거든요. 그리고 당시 노션 직원은 이제 20여 명은 넘은 상태라 자체적으로 계획해놓은 피쳐들을 만들기도 바빴죠.
그리고 새로운 제안을 했습니다. 그럼 너희의 가이드 페이지를 번역해도 될까? 앞선 제안보다 훨씬 쉬운 제안이었죠. 당시 노션 가이드 페이지는 노션으로 제작되었고 분량이 많긴 하지만 새로운 페이지를 만들고 링크만 바꾸면 되는 일이라 기존에 제안했던 한국어 버전 출시랑은 완전 규모가 적었죠. 노션은 흔쾌히 이를 받아 드립니다.
그리고 노션 한국어 가이드 페이지를 번역하고 배포합니다. 번역도 그냥 하루에 A4 1~2장 분량을 꾸준히 해 한 달에 걸쳐 진행하였습니다. 당시 노션 가이드를 모두 텍스트로 추출해보니 A4 기준으로 50장 정도가 나왔고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건 개인적으로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국내에서 노션을 잘 사용하고 계신 분들에게 번역 검수를 요청했습니다.
이때가 2018년까지의 이야기입니다.
가이드는 순조롭게 완성되었습니다. 검수까지 모두 마치고 가이드는 무료로 배포되었습니다. 마케터 시절 알고 있었던 SEO 세팅해 국내 포털 및 구글 등에서 한글로 노션을 검색할 경우 최상단에 노출되게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본 노션 페이지를 본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후에는 꿀팁 대방출이라는 메뉴를 추가해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하는 미립자 팁을 공유하는 문서를 만들거나 FAQ형태 자주 묻는 질문들을 정리해 별도의 페이지를 구성하기 시작합니다.
본 페이지의 흥행은 출판사로의 연락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당시 3곳의 출판사와 이야기를 하였고 도서출판 계획서(기획서)를 쓰며 목차와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가이드를 번역하면서 구조를 알게 되어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쓰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다음엔 어떻게 되었을까요? 노션 한국어 가이드 책이 출판되고 노션과 공식적으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기 시작합니다. 가이드가 나온 기점으로 노션 한국 유저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노션 전체 유저수의 2위가 대한민국이었고 노션을 도입해 사용하는 유저들도 늘었습니다. (물론 이건 단순히 가이드의 유무가 아니라 SaaS 형태의 협업 툴의 유행과 노션 특유의 포용력과 쉬운 사용법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 Notion 유저에서 파트너가 된 이야기: ① 실리콘벨리 프로덕트에 기여하기 (현재)
- Notion 유저에서 파트너가 된 이야기: ②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한국에 성공적으로 수입하기
- Notion 유저에서 파트너가 된 이야기: ③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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