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는 보조 수단이지 답이 아니다.
최근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탈중앙화 된 자율 조직)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국내에서 당근마켓, 오늘의 집 등이 커뮤니티로 각광을 받으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눈이 커뮤니티로 쏠리고 있다. 커뮤니티는 정말 좋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고, 교류를 하고, 도움을 받는다. 그럼 커뮤니티가 정답일까?
종종 보이는게 있다. "요즘 사용자 커뮤니티는 필수죠.", "이제 커뮤니티 매니저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앞에선 국내에서라고 말했지만 해외에서도 비슷하다. 디스코드로 커뮤니티를 운영하거나, 해외 진출을 하기도 전에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Notion 한국 커뮤니티의 사례만 봐도) 다양한 성공 사례가 있으니 마치 성공 공식처럼 보이기 쉽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커뮤니티는 절대로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카카오 김범수 대표나 네이버 이해진 대표 시절에는 그런 말이 왕왕 존재했다. "일단 사람을 모아라 무엇이든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카카오, 네이버, 다음 등이 성공했다. 지금도 그것이 먹힐까? 여전히 먹힐 것이다. 사람들이 많으면 일단 트레픽이 발생하고 트래픽에 따른 광고를 붙이거나 서비스를 추가하면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우린 많이 보았고 기억한다.
하지만, 실패한 것들도 많다. 앞서 말한 플랫폼들 중에 더 이상 서비스를 하지 않는 친구들만 찾아보아도 사용자, 아이템 모든 게 받쳐주지만 짧은 시간에 사라진 서비스도 있고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진 서비스들도 있다. 그 서비스들이 과연 다 잘못해서 였을까? 시장 논리로 보았을 땐, 뭐 그렇다곤 할 수 있겠지만... 원래 질문으로 돌아오자 그들은 커뮤니티를 안 만들었는가?
우리가 BBS를 처음 쓰던 시절, 아니 카페 시절 아니 홈마 시대까지만 가도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인원이 얼마나 중요하고 커뮤니티의 흥망성쇠에 대해 밤을 새워서 이야기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의 본질이 과연 커뮤니티였을까? 모두 명분이 있었다. 커뮤니티는 있으면 좋다. 아마 커뮤니티를 제로 베이스부터 만들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 왜 열심히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활동을 안 하지?" 그게 커뮤니티 참여자의 탓일까? 커뮤니티 매니저의 탓일까?
커뮤니티 매니저가 열성적이라 혼자 열심히 게시물을 올린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어떻게 되는가? 트위터가 된다. 자기 혼자 떠들고 있다. 그럼 아무도 말 안 하는데 어떻게 해요? 이벤트 하고 뭔가를 해야 하나요? 마케팅 때리면 당연히 반응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반응일까? 그건 그냥 체리피킹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라도 해야죠. 그럼 가만히 있습니까?" 물론 아니다.
앞선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BBS 때, 카페 때 우리는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였다. 홈마라고 불리는 당시 아이돌 커뮤니티는 아이돌을 중심으로 모였고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중심으로, 오늘의 집은 인테리어 정보 공유로 사람이 모였다. 처음부터 모이고 무엇을 한다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광장 이론이라고 불리는 것은 "광장"이라는 곳에 할 것이 있어야 한다. 카카오톡은 개인 간의 연결을 네이버는 검색과 지식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었다. 즉, 커뮤니티가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다른 글에서도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웹 3.0이나 메타버스라는 용어 장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 커뮤니티 매니저, 오퍼레이터 등은 정말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의 커리어 패스는 무엇인가? 그들의 역할이 당장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하자. 그럼 그것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애매하기 그지없다.
메타버스에서 의상 디자인을 하거나, 메타버스에서 게임을 제작하거나, 지형을 만드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소위,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에 능하고 커뮤니티 CoC를 만들고 커뮤니티 운영에 집중하는 사람들은 필요하다. 하지만 명분이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참여하는 커뮤니티, 모임 들은 대부분 명분이 있다. 명분이 있으면 모이는 사람들의 허들이 현저히 낮아진다.
더 나아가 명분이 뚜렷하고 이것으로 얻어지는 보상(꼭 금전적인 게 아니더라도)까지 확실하다면 자발적 참여자들이 나타난다. 이들에게 엠베서더니 호스트니 어떤 완장을 부여하는 건 뭐 중요하지 않다. 완장은 상징이지 본질은 아니다. 중요한 건 명분과 보상이다. 왜 내가 이걸 활동해야 하는가? 그리고 난 이걸로 무엇을 얻는가? 같은 것 말이다.
우리가 커뮤니티를 운영하거나 참여할 때 흔히 그라운드 룰을 보고 아니 말도 어렵다 공지사항이라고 하자 공지사항을 보고 그것에 맞게 활동하는 것 그 이유가 무엇인가? 불량 커뮤니티 유저를 없애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하기 위함 아닌가? 그래서 카페의 등업 시스템들이 제대로 잘 작동하는가? 댓글 10개 이상 작성, 게시물 5개 이상 작성, 14일 이상 출석 같은 것들 말이다.
이것들은 어뷰징 유저, 불량 유저를 필터링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실제로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오히려 기존 유저들이 떨어져 나가게 하는 방식일 수 있다. 커뮤니티도 결국 서비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보다는 기획자가 존재하고 그들이 리텐션, 즉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커뮤니티 유저 수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럼 앞서 말했던 자발적인 기여자가 생겨난다. 그것에 이름을 컨트리뷰터, 엠베서더, 커뮤니티 매니저라고 이름을 어떻게 붙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포인트는 "자발적인 기여"이다. 열성적으로 기여하는 이가 보상을 얻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직업'으로서 작동하려면 적어도 이것에 대한 청사진은 있어야 한다. 그 보상은 어떻게 주어지며 그리고 이건 우리가 어떻게 보상으로서 가치 있게 만들 것인가? 같이 말이다.
단순히 커뮤니티가 개짱이고 일단 커뮤니티 만들자! 이런 결론으로 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커뮤니티는 무척 중요하지만 이건 보조 수단이다. 이 커뮤니티를 가입한 사람들은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 목적을 기반으로 커뮤니티 시스템이 설계되면 커뮤니티는 생태계화 되고 그것이 종국에는 매니저를 따로 두지 않아도 되는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즉, 커뮤니티에서 관리란 최소한만 하는 것이 좋다. 예전에 어릴 때 배웠던 야경국가, 최소국가 같이 말이다. 유해한 커뮤니티 참여자를 규제하고, 커뮤니티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과 단속 정도만 하는 그 정도의 매니징이 제일 좋다. 이걸 위해선 사람들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하고 그 동기를 부여하면 자연스레 적극적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이가 늘고 그리고 자발적 기여자가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노션 커뮤니티 등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것은 커뮤니티를 그냥 놓아두면 소위 네임드들이 생긴다. 그럼 관리자는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이 네임드에게 완장을 줄 것인가 아니면 네임드를 없애야 할까? "잠깐만요. 네임드를 없앤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커뮤니티에 누구보다 기여한 사람인데요!" 맞다. 여기서 없앤다는 건, 강퇴나 제거가 아니다. 다른 네임드들을 더 많이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발언자를 늘리는 것이다. 특정 네임드에게 집중되면 그 사람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돈다. 그러면 새로운 유저들이 참여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희대의 명작인 <친목질로 커뮤니티가 망하는 과정>이라는 작품으로 수년 전부터 예견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실제로 많은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이게 오프라인 기반의 지인 커뮤니티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렇게 무너져 왔다.
DAO니, 커뮤니티니 뭐 다 좋다. 그들이 나쁜 뜻으로 그것을 만들었겠는가? 개인적으로 크립토 DAO에 다수 참여해 본 적이 있는데 이게 주주총회랑 무척 비슷하다. 결국 가장 많은 거버넌스를 가진 사람이 의견을 주도하고 이건을 돈과 직결된다. 돈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토큰, 코인의 개수로 표의 수가 결정되니 이게 참 미묘하다. 매표 같기도 하고. 그리고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정보 공유니 뭐니 한 이유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명분이 되진 않는다. 왜냐? 그것이 귀찮음을 이길 만큼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다. 인간을 움직이려면 기본적으로 귀찮음보다 강한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커뮤니티 매니저니 엠베서더니, 서포터니 다양하고 멋진 완장으로 유혹당하는 사람들은 한 번 고민해보길 바란다. 내가 정말 이것을 재밌어서 하는 것이고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인지 맞는지. 아니면 누군가가 하기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인지. 이타적인 것과 속고 있는 것은 다르다. 사실 여기까지 읽고 찔렸다면 속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보시라. 여러분의 시간은 엄청나게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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