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브레인 신사옥 이전 이야기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이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5번 정도 한 것 같은데...) 여기서 이사는 층을 바꾸거나 건물을 바꾸는 걸 포함한다.(자리 이동은 포함 안 함) 보통 회사의 이사 방식은 포장을 해놓으면 이사대행업체가 다 옮겨 준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단순히 빈 건물에 입주하는 방식이 아니였고 그러다 보니 이 경험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이번 이사는 카카오를 포함한 카카오 공동체의 대부분이 새로운 건물로 이사를 하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 기존에 있던 공동체가 먼저 이사하면 순차적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게 있다 보이 일정 조율, 인테리어, 입주 시기 등 전반적으로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다.
이번 공간을 옮기기 위해 신사옥이전TF가 생성되고 운영되었다. (내가 이 TF 소속이여서 자랑글 쓰는건 아니고..) 기존에 사옥이 10이었다면 이번에 이사 가는 곳 면적은 30 이상이었기에 공간이 3배나 커진 만큼 회의실, 부대시설, 업무공간 모든 것의 수가 늘었다. 이 부분에서 신사옥 이전 TF는 각 직군, 각 직책자들이 공간에 필요한 의견을 내고 모두가 출근하고 싶은 오피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TF 였지만, 사실 가장 주축이 되는 것은 카카오브레인의 컬처팀이었다. 컬처팀은 공간의 활용과 운영방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의견을 내주는 것은 물론 신사옥 이전 TF에서 나오는 의견 및 Krew들이 내는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신경 쓰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통신 회선을 따거나, 가구를 주문하거나, 그것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고 설문하거나, 회의실 이름을 정하거나, 회의실 화상회의 솔루션을 적용하거나, 캔틴 운영방식을 정하거나 하는 등의 수없이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것들은 뒤로하고.
걔 중에 자랑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DND존과 콜라보존 이다. DND존은 Do not Disturb의 약자로 방해금지 모드를 뜻하는데 말 그대로 방해를 받지 않고 일에 몰입하고 싶은 크루들이 둥지를 트는(?) 공간이다. DND존에선 대화가 지양되며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띤다.
반대로 콜라보 존은 협업과 화합을 위한 공간으로 흔히 말하는 개방형 사무실이라고 볼 수 있다. 파티션과 같은 시설 없이 같은 높이의 책상들이 개방된 형태로 줄지어 있는 형태로 활발하게 옆 동료들과 협업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토론을 하는 공간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썸원님의 페북에 올라왔던 스티븐 존슨의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책에도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다.
<몰입에 대한 흔한 오해>
1. (한때 인기를 끌었던) 개방형 사무실은 최근에 점점 인기가 없어지고 있는데, 거기에는 강력한 이유가 한 가지 있다. 다름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런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2. 개방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은 남들 앞에서 일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 사무실에 갇혀 혼자 일하는 것만큼이나 결정이 많은 것으로 (이미) 판명되었다.
3. (개방형 사무실보다) 더 나은 모델은 MIT의 전설적인 ‘빌딩 20’ 일 것이다. ‘빌딩 20’은 2차 대전 중에 지어진 임시 구조물이었으나, 무려 55년이나 사용되었다. 그 이유는 이 건물이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노암 촘스키의 언어학부 같은 조직들을 양성해낸 비범한 실적 때문이었다.
4. 스튜어트 브랜드의 <건물은 어떻게 배우나>에 따르면, ‘빌딩 20’의 마법은 그 환경이 질서와 혼돈 사이에서 유지했던 균형에서 비롯되었다. ‘빌딩 20’에는 대부분의 대학 건물들처럼 벽도 있고 문도 있고 사무실도 있었다. 그러나 ‘빌딩 20’은 임시로 지어진 건물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그 공간에 새로운 목적을 부여할 때마다 복잡한 절차 없이 새로운 형태를 갖출 수 있었다.
5. 대부분의 사무실은 물리적으로 고정된 구조이기 때문에 정보의 유동적 네트워크를 방해하는 자연스러운 경향이 있다. 사무실 자체가 고체들로 이루어져 있고, 흔히 부서와 직급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는 공식적인 조직도에 따라 개념상으로도 고체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6. (반면) ‘빌딩 20’은 (임시로 지어진 건물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이 딱딱하게 만드는 힘에 저항한다. ‘빌딩 20’은 저렴한 재료로 지어졌기 때문에 벽을 허물거나 천장에 구멍을 뚫어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빌딩 20’이 가진 이 유연성은 정보의 흐름 또한 유동적으로 만들어졌다)
7.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 빌딩 20’에 영감을 받아) 2007년 11월에 ‘빌딩 99’를 기공했다.
8. 20년 전,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가장 생산적인 상태의 인간 정신을 묘사하기 위해 ‘몰입(flow)’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그것은 매우 훌륭한 비유였다. 좋은 아이디어가 흔히 필요로 하는 근본적인 유동성을 (flow라는 표현으로)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9. 몰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레이저 광선처럼' 한 곳에 강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갑작스러운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기적 같은 깨달음도 아니다.
10. 몰입은 흐르는 물을 따라 떠내려가는 기분에 가깝다. 분명한 방향으로 이끌려가지만 움직이는 물의 소용돌이에 의해 놀라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11. ‘빌딩 99’에 서있으면, 이 공간이 (기존의 회사 건물과는) 다르게 설계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빌딩 99’에서는 복합공간과 상황실에서 유동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활기를 띤 사람들의 집합적 몰입을 볼 수 있다.
12. ‘빌딩 99’는 빌딩 20이 그랬던 것처럼, 정보의 넘침을 결점이 아니라 특징으로 보는 공간이다.
13. 그렇게 유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즉 필요에 의해 (정보의 흐름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는 공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그 공간이 장차 혁신의 몰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14. (혁신을 창조하는) 인접 가능성을 탐구하는 일은 닫혀 있는 문을 여는 것만큼 간단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유동성을 만들기 위해) 벽을 움직여야 할 필요도 있다.
- 스티븐 존슨,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중
이번 카카오브레인의 이전된 사옥은 이 부분을 잘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북쪽과 남쪽으로 양단되는 층을 북쪽은 DND 존으로, 남쪽은 콜라보 존으로 나누었으며 북쪽과 남쪽이 만나는 공간은 전사 미팅을 할 수 있는 Hall과 카페, 간식 등을 먹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실 이렇게 떠들면 무엇하겠는가! 직접 봐야지 감이 오지. 백문이 불여일견!
사실 상 무척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브레인이 새로운 곳에 빠르게 둥지를 틀 수 있게 만들어준 컬처팀과 신사옥 이전 TF에 감사와 감탄을 전하며 마지막은 나의 자리에 대한 만족감을 자랑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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