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행사 기획/진행/운영 하기
2020년 2월부터 시작된 COVID-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행사들이 많이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실제로 꾸준히 진행되던 세미나, 모임들은 사라지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는 한계가 자명했다. 그것을 극복해 보고자 소위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Gather나 ZEP 같은 툴로서도 행사들이 진행되었는데... 어떠한 것도 오프라인만의 그 감성을 채워주진 못하였다.
그러던 와중, 오미크론/BA.5 같은 변이가 퍼지며 치명률이 많이 낮아졌다는 소식에 생활속 거리두기는 이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새로운 변이로 또 사회적 혼란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 미루고 미뤄왔던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마음으로 7월 노션 세미나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개인적으론 2~300명의 규모의 행사를 오프라인으로 연다는 게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이 글은 오프라인 행사를 오랜만에 기획하거나, 하던 방식을 되새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만드는 체크 리스트이다.
총 10가지로 큰 주제를 나누어 봤고 각각의 주제 안에는 세부적인 내용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진행하면 된다. 큰 주제만 잘 잡고 가고 불쾌한 행사가 될 확률은 무척 낮다. 행사 기획, 장소 섭외, 연사 섭외, 프로그램 구성, 행사 홍보물 제작 및 홍보, 이벤트 구성, 케이터링 세팅, 기록 및 정리, 참여자 피드백받기, 연사자 피드백 받기, 행사 내용 외부 공개 순으로 설명하겠다.
1. 행사 기획/콘셉트(필수)
우리는 이 전체를 확실히 깔고 가야 한다. "오프라인 행사 참여는 참가자 입장에서 무척 귀찮은 행동이다." 우리 행사는 개쩌니까 다들 와줄 거야! 혹은 "이렇게 준비를 했는데 노쇼(No-Show)가 있겠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사람들은 의외로 노쇼에 큰 신경을 안 쓰고 우리 행사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두는 경우가 드물다.
평소 우리가 진행하는 행동에 관심이 많았던 열렬한 팬들은 우리가 행사를 한다고 하면 그것 자체에 열광하며 와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열렬한 팬은 무척 소수이다. 행사의 규모를 키우지 않아도 되는 행사면 상관없지만 규모가 있는 행사를 기획해야 한다면 우리의 타깃은 열렬한 팬층을 넘어서 우리에게 별로 관심 없는 일반인의 영역을 도달해야 한다.
즉, 때깔이 좋아야 한다. 이 행사가 참가자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잘 전달해야 한다. (이걸 나는 효능감이라 부르는데) 참가자들 입장에서 이 행사 제목을 들었을 때, 콘셉트를 접했을 때, "어? 이거 요즘 핫한 건데? 이거 나에게 도움이 되겠는데?" 같은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제목을 일단 지어보자, 제목을 짓기 힘들다면 키워드를 정리해보자 우리가 이 행사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주고 싶은 것들 같은 거 말이다. 그러면 제목은 생각보다 짓기 쉽다. ㅁㅁㅁ을 위한 ㅇㅇㅇ 세미나라던지, 하루 만에 끝내는 ㅇㅇㅇ 라던지, 고전적이지만 잘 먹히는 카피가 있다. 브랜딩을 할 것이 아니라면 뭔가 새로운 이름이나 새로운 개념을 들고 오는 걸 지양하고 주제만 명확히 전달하는 편이 낫다.
2. 장소 섭외(필수)
기획이 끝났으면 장소를 섭외해야 한다. "엥? 왜 장소부터 해요?" 생각보다 장소는 무척 중요하다. 참가자들도 어디서 하는 행사이냐에 따라 참가율이 달라지고 연사분들 중에서도 어디서 하는지를 먼저 묻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행사를 홍보하려고 해도 장소가 확정이 되어야 홍보가 가능하고 수용 가능 인원을 측정해 볼 수 있다.
장소를 섭외하면서는 마이크, 스피커, 화면 송출, 화장실, 콘센트, 냉난방시설, 주차 등을 파악하는 게 좋다. 어떤 곳이더라도 혹시 모르니 C타입 HDMI 케이블, C to C 케이블 등을 챙기자. 꼭 잘 되다 당일 날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여름, 겨울의 경우 냉난방 시설을 꼭 직접 가서 보는 걸 추천한다. 화장실 같은 경우에도 은근히 많이들 신경 써야 한다.
스페이스 클라우드, 아워 플레이스를 이용하자. 스타트업 행사면 마루 180, 디캠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드림플러스 등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아니면 공유 오피스 세미나 룸도 찾아보는 것도 방법. 행사의 규모나 콘셉트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 예산이 충분하고 프라이빗한 느낌이라면 호텔로 공간을 예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규모 행사라면 코엑스를 고려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쇼케이스 급의 행사 같은 것) 행사의 취지랑 공간의 의미만 잘 맞아도 네고가 가능한 공간들도 있으니 콘셉트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장소 대관비는 금액에 따라서 그 가치를 보통 하는 편이기에... 가성비보다는 우리의 콘셉트와 정말 좋은 공간을 찾는 게 중요하다. 물론 아는 사람이 공짜로 공간 준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 다...
3. 연사 섭외(필수)
세미나 형태나, 강연 형태라면 사람이 필요하다. 네임드 분들을 모두 모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모시는 걸 추천한다.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으면 가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뻔하게 듣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유명하신 분들의 강연은 이미 소모된 경우가 많다. 너무 유명세에 갇힐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사람이 지닌 상징성 등이 있다면 모실 수록 좋다.
연사분을 섭외할 때는 행사의 시간과 대략적인 일정, 연사 비(있다면), 장소, 다뤄주셨으면 하는 내용을 전달하여 행사 참가를 확정받고 이후에 발표 제목, 프로필 사진 등을 받는다. 발표 자료 등은 최소 행사 3일 전에 받아 놓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행사 1시간 전에 받으면 아주 심장이 쫄깃 해지니 그런 일은 서로 만들지 말자.
연사분들이 섭외되면, 단톡방 같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공지를 하기 위함의 목적도 있고 연사 분들 사이에 라포 형성 및 강연 내용이 서로 겹치지 않게 사전에 조율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거기다 추후 피드백을 받거나 현장이슈에 대응하기에도 좋은 채널로 활용되니 꼭 만들자. 그리고 행사 전날까지 꾸준히 해당 톡방을 살려(?) 놓을 필요가 있다.
4. 프로그램 구성(필수)
장소도, 일정도, 연사도, 내용도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전달할지를 생각해보자. 제일 인기 있고 유용한 것을 뒤로 배치하는 것이 좋다. 첫 시작은 아이스브레이킹+늦게 도착하는 사람들로 어색하고 어수선할 것이 분명하기에 주최하는 사람 혹은 모더레이터가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 이후에 있는 행사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게 깔아주는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인기 있고, 유익한 강의를 뒤에 놓는 이유는 참가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이다. 이러니까 서비스 기획 같은데 이런 오프라인 행사도 체류 시간이 무척 중요하다. 체리피킹을 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점점 시간이 갈수록 몰입되는 행사로 만들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보통 마지막을 기억한다. 그래서 마지막 강의가 무척 중요하다. (떠나는 경험이 무척 중요하다.)
5. 행사 홍보물 제작 및 홍보 (선택/필수)
디자인 능력자라면 혼자 포스터를 뚝딱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구글에서 poster mock-up psd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자. 생각보다 괜찮은 템플릿이 많다. 요즘에는 피그마, 캔바, 스케치를 통해서도 빠르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힘들면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만드는 방법도 있다. 사실 만드는 방법은 많다. 심미성이 있는가, 정보 전달이 잘 되는가 등이 중요한 요소이지 방법이 중요한 건 아니니까.
만들어졌다면 이제 온갖 수단을 이용해 홍보하자, 이벤터스, 온오프믹스, 대학교 게시판,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퍼트려서 참가 확정자를 빠르게 확보하자. 그리고 앞서 말했듯 노쇼를 대비해 수용 가능인원의 120% 정도를 받는 게 좋다. (비행기 좌석 확보하는 것처럼) 좀 더 신경을 쓸 여유가 있다면 지원 대기 기능이 있는 플랫폼을 사용하여 50 → 70 → 100 → 150 → 200 이런 식으로 증원을 시켜 참가자들을 안달 나게 만드는 방법도 있다.
요즘에는 온라인이 너무 당연시되다 보니 병행하는 것도 방법이나... 이럴 경우 송출할 수 있는 환경이 있는지를 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 아닐 경우 하느니만 못한 송출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추후 자료를 보내 주거나 녹화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공유하면 된다.)
6. 이벤트 구성(선택)
협찬사가 있다면 생각해 볼만하다. 혹은 굿즈가 있다면 배포하기에 무척 좋은 자리이다. 굿즈는 남들 다 주는 것보다 색다른 걸 주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스테디셀러도 있다. 메모지, 스티커, 코스터, 에코백 등이 그렇다. 볼펜이나 노트도 유용하긴 하지만... 관련 서적이나 이목을 끌만한 경품이 준비되어 있어도 좋다.
굿즈가 충분할 경우, 일괄 배포 형태로 주는 것도 방법이지만 수량이 부족하다면 게임이나 추첨을 통해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 이벤터스에서 제공하는 툴, 게임 등을 준비해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실 이벤트가 무엇인지 중요하다기보다는 무엇을 왜 주는지가 중요하다. 가끔 무슨 고깃집에서 하는 해시태그 이벤트 같이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하는 것을 추천한다. 올리고 받고 지우는 경우가 부지기 수이다. 뭔가 포토존이나 소위 있어 보이는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것을 제공하고 해당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과 그냥 진행하는 것은 다르다.
7. 케이터링 세팅(선택)
코로나 이전에는 케이터링이 있었다. 핑거푸드 혹은 스낵류를 보통 비치한다. 다만 너무 과하게 준비할 필요는 없다. (뷔페를 부를 것도 아니고) 행사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의 케이터링 혹은 뒷정리가 유용한 케이터링을 추천한다. 요즘은 케이터링만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들도 생겨나고 있어서 이쪽이랑 접촉해보는 것도 좋고... 사실 가장 좋은 건 앞서 언급한 유명한 장소들의 경우 공간 매니저 분들께서 이미 알고 있고 여러 번 협업해본 적이 있는 케이터링 업체가 보통 있다. 소개받아서 하자. 그게 가장 좋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람들이 다 정리해주고, 분리수거해주는 일은 무척 드물다. 정리를 주최 측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뒤처리가 편한 것을 생각 꼭 하시라...
8. 기록 및 정리 (필수/선택)
개인적으로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사진사를 꼭 고용하라. 한 30~40 정도면 4~5시간 행사 기준 사진사를 고용할 수 있다. 기억은 흐릿할 수 있지만 사진은 선명하다. 그리고 연사분들에게도 참가자 분들에게도 더 나아가 해당 행사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로 쓰인다. 가끔 주최 측에서 스마트 폰으로 찍거나 바쁜 와중에 틈틈이 찍는 경우가 있는데 전문 사진사를 고용하라. 후회 안 한다.
숨고에서 찾거나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도 된다. 아니면, 주변 지인을 통해 찾아보자. 예전보다 사진을 하는 인구가 늘어났기에 돈도 안주는 것도 아니고 주는 거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말 최고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9. 참여자 피드백받기 (필수)
행사를 참여한 이들에게 메일 혹은 현장 설문 등으로 꼭 피드백을 받아라. 다음 행사가 없더라도 받는 편이 좋다. 이건 연사들을 위해서 해당 브랜드를 위해서 다른 행사를 기획할 때 아주 좋은 경험으로 축적된다. QR코드를 통해 구글 설문지, 타입 폼을 연결해도 되고 확실하게 참여도를 올리려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종이에 설문지를 뽑아 펜을 이용해 받는 게 좋다. (생각보다 이러면 대부분 설문에 참여한다. - 온라인으로 참여할 경우 그 참여도가 20~30%면 많이 하신 건데..)
그리고 사전에 질문을 미리 받는 것도 좋다. 사전 질문과 이후 피드백 질문이 연결되어 구성하여 실제로 우리가 주려고 한 경험을 주었는지, 기대했던 바와 어떻게 달랐는지, 기대 이상이었는지 비교를 할 필요가 있다.
10. 연사자 피드백받기 (선택)
참여자 피드백만 받고 끝내면 아쉽다. 연사자들도 피드백을 받아 놓자. 그리고 아까 준비한 사진과 내용을 통해 참가하신데 멋진 모습을 남겨드리자. 인생 샷 하나라도 건져드리면 그분들은 일단 앞으로 하는 행사나 다른 모임에 재방문해주실 확률이 높다. 연사자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번외. 행사 내용 외부 공개 (선택)
내가 늘 말하는 것이 있다. 칭찬은 요란하게, 비난은 단 둘이서만. 이것은 여기에도 통용된다. 행사가 끝나면 모두를 칭찬해라. 참가한 사람, 연사, 준비한 사람 등등 태그 걸 수 있으면 다 거는 게 좋다. 태그 해서 칭찬하고 그 사람이 정말 애쓴 것, 비하인드 등을 이야기하며 추앙하는데 싫어할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돈 드는 것도 아니다. 칭찬을 아낄 필욘 없다.
사진도 멋지게 나온 것들을 편집해 사람들에게 공유하며 다 태그 걸어야 한다. 이거 자체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행사 분위기나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근거가 된다. 또한 추후 행사하면 당신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행사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10가지 큰 주제에 대해서 다뤄 보았다. 개인적으로 오는 22년 7월 23일의 행사를 준비하며 적어본 것이기도 하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당신 말이 맞으니 친절을 베풀어 댓글로 달아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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