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Agile) :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
2022.05.05 -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 애자일(Agile) : 성공하는 프로젝트들의 비결
애자일(Agile) : 성공하는 프로젝트들의 비결
애자일. 이름만 들어도 웅장 해지는 단어입니다. 계속 성장하며 더 나은 존재로 개선해 나아가는 모습은 단순히 IT 프로젝트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커리어에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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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애자일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했지만, 분명 우리는 애자일 도입을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애자일 문화에선 오히려 실패를 권장하죠. 혹자는 덜 아프게 넘어지기 위해 자주 넘어지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뭐, 이건 애자일의 이야기고 이번에 이야기해볼 것은 왜 우리의 애자일 도입은 실패하는 것인가? 입니다. 애자일은 분명 훌륭한 문화이고 환경입니다. 다만, 이것을 도입하기로 마음먹은 조직들이 다 잘되진 않죠. 많은 조직들이 애자일 전문 강사, 애자일 관련 교육을 듣고 애자일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수포로 끝납니다. 혹은 재시작으로 끝나죠.
개인적인 경험으로 H사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재계 10위 권에 들 정도로 대단한 기업이었고 재무제표나 외부에서 봤을 땐 너무 건실하고 훌륭한 기업이었습니다. 그런 기업에서 애자일을 도입하고 새로운 프로젝트, 제품을 만들고 실행하다니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죠. 막대한 자본! 풍부한 인프라! 그리고 든든한 지원까지 기대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대기업에서 대대적으로 애자일을 도입해서 Digital Transformation 한다니, 얼마나 좋은 경험이겠어요? 그런데 이거 제목이 뭐였죠?
네. 거하게 실패했습니다. 1년이 지나 하는 말이지만 실패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었죠. 지금 회고해보자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방향성은 있었지만 명확하지 못했고, 자율성이 헤쳐지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준비물은 완벽했습니다. 실제 애자일한 환경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유수의 인재들, 그리고 기존에 조직에서 좋은 성과를 낸 사람들 풍부한 인프라가 있었죠. 하지만 일을 하기 싫게 만드는 요소가 곳곳에 있었습니다. 이 일을 하기 싫게 만드는 요소는 이전 글에서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끊임없이 왜를 물어야 했고 그것에 대해 모두가 납득하기 어려웠죠. “그냥 전통적 대기업이니까”로 모든 게 설명되었습니다. 진골, 성골이라는 말도 학생 시설 국사 공부할 때 이후로 거의 처음 들어봤습니다. 공채 출신이면 진골이고 자회사에서 온 거면 성골이고 경력직, 수시채용이면 뭐 푸대접이니 뭐니 이런 이야기를 당연하듯 나누는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이런 차별이 있었는지 저는 못 느꼈습니다. 하지만, 승진을 약속하고 데려온 경력직을 승진에서 누락시킨다던지 등의 주변인의 사례는 직접 목격했습니다.)
왜 우리가 이것을 해야 하는 가를 계속 흔들리는 상황에서 넓은 방향성은 더욱 어렵게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 방향성으로 쉽게 설명하면 “남쪽으로 가자”였습니다. 우리가 서울에 있다고 치고 남쪽으로 가자는 것은 어디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수원,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부산, 제주 뭐 호주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런 것도 사실 버틸 수 있었습니다. 왜냐면 남쪽이라는 방향성만 명확하면 우리가 그 방향으로 이동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지구는 둥그니까 어떻게든 도착했겠죠. 하지만, 여기서 중간 관리자들의 이슈가 생깁니다. (그분들을 Blame 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습니다.) 앞선 글에서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질문을 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자율성을 이룬다고 말했고요. 하지만 DRI의 힘이 막강한 곳에선 DRI가 원하지 않더라도 눈치를 봅니다. 보지 말자고 해도 봅니다. 우리가 원래 하던 거 하자고 해도 신경이 쓰입니다.
중간관리자에 대한 이야기는 DBR에 잘 정리된 게 있으니 한 번 읽어봅시다. (본인이 중간관리자라면 더더욱이)
[DBR] 위기의 중간관리자를, 혁신의 ‘허리’로 만들려면
Article at a Glance중간관리자들의 위기다. 기존에 상사에게 배웠던 방식으론 창의성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인재로 거듭나기 어렵다.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밀레니얼세대들은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
dbr.donga.com
근데, 이러면 이제 델포이 신탁이 시작됩니다. 델포이 신탁이라는 것은 그리스 로마 시대에 나오던 것으로 델포이(지명)에서 신들의 계시를 받고 전달하는 것을 뜻합니다. 영화 <300>에서 레오다니우스 왕이 예언을 받고 오는 곳이 바로 이곳이죠. 델포이 신탁의 특징은 두리뭉실하고 해석을 직접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동쪽에서 귀인을 만날 것이다.” 같은 것이죠. 리더에게 질문을 못하니 우스꽝 스럽게도 리더 미팅을 다녀오면 팀원들을 모아 회의를 합니다. 리더가 뭐라 뭐라 했는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 자리에선 어떻게든 결론이 납니다. “뭐, 지난번에 이러이러하셨고 저런 저런 걸 좋아하시니까 이게 맞지 않을까요?” 엄청 휴리스틱(heuristics)하고 나이브(naive)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일을 위한 일이 시작됩니다. 그 말에 대한 타당성을 더하는 문서를 생산하는 것이죠.
실제 진행되는 일보다 생산되는 문서가 많습니다. “아니, 문서는 일의 기본 아니냐? 그리고 대기업이면 조금만 움직여도 파급이 크니 당연히 신중해야 하지 않냐!”, “필요한 일이니까 시키는 게 아닐까? 직장인이면 까라면 까야지.” 뭐, 틀린 말 아닙니다. 근데 애자 일한 조직 만들겠다고 했고 다양한 도전을 해보겠다고 미리 말했지 않았었나요? 제가 늘 말하는 거지만 이런 건 “공화정을 표방하는 왕정”입니다. 너희들의 의견을 받긴 할 껀데 듣진 않을 거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거야죠. 이런 상태면 애자일의 할아버지, 조직문화의 신이 와도 이 조직을 살릴 수 없습니다. (실제로 이 시도는 앞서 말했듯 실패했고 그 조직은 사라졌습니다. - 조직 해체)
물론,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더 이해가 안 갔습니다. 가령 다른 회사에서 퍼포먼스를 10을 내는 것에 비하면 여기선 5~6도 못 냈거든요. (이건 제 무능일 수도 있고 상황적 요인이 이유일 수 있겠지만) 하지만, 평가에선 좋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조금만 해도 칭찬을 받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편했습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만큼의 결과물도 나왔습니다. 대행사분들이 계시니 일이 어떻게든 돌아가니까… 근데, 전 못 다니겠더라고요. (실제로 병이 났습니다.)
구성원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것에 집중하고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생존에 목표를 두기 시작하면 일이 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는 척을 하는 조직이 됩니다. 무언가 하긴 하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겠죠. 그리곤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일들이 펼쳐질 겁니다.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근무 요건은 너무 좋았습니다. 그냥 시키는 것만 조용히 하면 되었거든요. 그럼 대기업 답게 많은 복지와 인프라를 누릴 수 있었고 상여금이나 연봉도 잘 받았습니다. 근데 저는 그런 건 제가 일하는 게 피곤하고 다 질리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재밌게도 현재 그 팀 사람 중, 해당 H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력직은 2명입니다. 이전에 20여 명이었던 걸 생각하면… 1년 새 모두 떠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자일이라는 단어는 사람들 정확히는 경영진, 관리자들을 매혹시킵니다. 내가 <스프린트>, <애자일 마스터>,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등등도 읽었으니 우리 애자일 할 준비 끝이야!라고 한다면 탁상공론, 그리고 객기라고 저는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애자일은 앞서 말한 것처럼 문화이자 환경입니다. 이걸 그냥 책 몇 권 읽었다고 바로 도입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걸리고 현재 우리 조직 상태에선 어떻게 접근하는 것을 파악하는 게 먼저였습니다. 조직장이나 리더, 중간관리자에게 책임을 묻기보단 그냥 준비가 안된 상태로 나이브하게 접근한 상황이 나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제 실패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혹시라도 애자일을 그냥 우리도 해보지 뭐, 하고 나이브하게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셨으면 해서 적습니다. 전 그 뒤로 이직해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되게 재밌는 게 일이 더 많아지고 바쁜데 병세는 호전되었습니다. 이게 우연일까요? :) 이번 글을 요약한다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애자일한 ‘척’ 하지 말자. 그럼 이도 저도 안 되고 조직만 망가진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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