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받는 질문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2017년부터 대학교와 몇몇 멘토링 매칭 서비스를 통해 대학생 분들과 다양한 분들과 멘토링,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약 3년 정도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듣는 가장 공통된 질문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입니다. 직군, 나이, 연차에 상관없이 이 질문이 나오는 걸 보면 확실히 뭐가 있긴 한가 봅니다. 사실 저는 이 질문이 반복된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지난 19년 겨울 심심해 지난 멘토링 기록들을 정리하면서 지금까지 받은 질문을 모으다가 발견하였습니다. 질문들을 모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획자/마케터/PM이 되고 싶은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 신입사원으로 들어갔는데 뭘 해야할지 몰라 눈치만 보고 있어요.
- 회의 자리나 평소에 저에게 의견을 물어보시는데 뭐라고 대답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뭘 해야 할까요.
- 제 의견을 피력을 내고 싶은데 상급자나 동료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위와 같은 질문들이 중복해서 발견되는 이유는 뭘까를 생각을 하다 보니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늘 우리는 뭘 해야 하는 상황에 노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성적을 높이거나 진학이라는 명확한 목표와 길이 있는 환경이었으나 성인이 되고 다면 다양성에 노출되어 버립니다. 대학교가 필수가 아니고 공채, 공무원만 선택지에 있는 게 아닌 것 광활한 주관식 질문을 받게 됩니다. 계속 "넌 OOO을 해야 해"라는 목표만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 갑자기 "그래서 넌 뭐할래?"라는 질문을 받게 되는 것이죠.
요즘 서점에 가면 다양한 위로 에세이 서적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이유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서적들은 "우리가 꼭 뭘 해야 해?"라며 저 질문을 근본부터 파괴하는 답을 내려 줍니다. 해당 서적에 자연스레 손길이 가고 기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곤 주기적으로 다시 길을 잃곤 합니다. 현실에선 자꾸 저런 질문과 시련이 찾아오니까요. 책들은 좋은 길라잡이이자 참고서이긴 하지만 답을 내려주진 않습니다. 그것도 그럴게 위 질문들의 답은 남이 내려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 질문들의 공통점은 "정답" 없다는 것입니다. 질문 자체가 너무 광범위한 것도 있겠지만 해당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질문자의 현재 상황과 직면한 문제, 목표, 역량 등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찾아가야 할 문제입니다. 뭐 사실 모호한 질문에 정론으로 답을 하면 그럴싸한 답이 될 수 있긴 합니다. "부지런해지세요.", "네가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도 그럴 것이다" 같은 것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할 거면 그들을 상담이나 멘토링 해주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격언이 필요하면 탈무드를 보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쓰는 방법은 행동과 시뮬레이션을 반복해서 시도합니다. 첫 번째 질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기획자/마케터/PM이 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사실 어떤 직업명이 와도 상관이 없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한 정론은 "직무 관련된 교육을 들어보세요.", "관련 직무자들을 만나보세요." 일 것입니다. 가장 답을 내기 쉽습니다. 이런 답을 들은 친구는 이제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어떤 교육 기관이 좋지?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하지? 누구를 만나야 하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OOO을 하는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장에 해야 할 일들도 생기니 마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이것 교육 관련 기업들이 무척 영리하게 파고듭니다.
직무 관련 고민에 대한 멘토링이나 요청을 받으면 저는 보통 과업을 부여해 봅니다. 가령 마케팅이라고 하면 블로그 글이나 인스타 계정 등을 이용해서 관심 있는 마케팅에 도전케 합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를 꿈꾼 하고 하면 일단 자기 인스타나 블로그 글을 홍보하게끔 해봅니다. 가장 직관적인 지표인 조회수/좋아요나 팔로워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간단한 광고를 돌리거나 SNS 게시물로 해보면 이게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여기서부턴 효율성에 대해 고민해 봅니다. 타겟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럼 어떤 콘텐츠를 올려야 하는지 등이죠.
이게 어느 정도 충분한 고민을 했다고 판단되면 미션을 하나 더 부여합니다. 고객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추가하는 것이죠. 프로필 링크를 누르게 하거나 블로그 내의 다른 글을 누르게 하는 방식입니다. 이후에는 계속 미션을 추가해 나아갑니다. 멘티는 자연스럽게 이 과정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툴을 공부하기보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찾게 됩니다. 이 과정들은 질문자(멘티)의 질문을 더 날카롭게 말들고 실제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이 방법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후 포트폴리오나 자기소개서 스토리로 써먹을 만한 소재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사실 교육 업체를 찾아보고, 교육을 받는 것은 경제적, 시간적 비용 모두 많이 들기는 하나 실제로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에 남길 것이 적습니다. 그리고 사실 툴에 대한 강의나 도메인 관련된 강의에서 얻은 지식은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PT를 30회 들었다고 해서 PT만 한다고 하면 사실 원하는 바를 얻기 힘듭니다. (트레이너 분들도 늘 하는 말씀이시지만)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 실제 해야 수업에서 배운 것도 써먹고 실제 효과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뭘 해야할지 모르곘다면 일단 작은 것이라도 시작해 보세요. 다시 위에 질문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보면 저는 보통 이렇게 1차적으로 피드백을 줍니다.
- 신입사원으로 들어갔는데 뭘 해야할지 몰라 눈치만 보고 있어요. → 일단 공용문서들을 모두 읽어봅시다.
- 회의 자리 나 평소에 저에게 의견을 물어보시는데 뭐라고 대답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을 하고 반응하는지 살핍시다. 평소 의견 개진에 대해 조직 분위기는 어떤지 봅니다.
-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뭘 해야 할까요. → 지금까지 한 것들을 정리해봅시다. 작은 거라도요.
- 제 의견을 피력을 내고 싶은데 상급자나 동료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상급자나 동료들의 우선순위를 파악해봅시다.
이 과정은 평범한 질문을 더 좋은 질문으로 바꾸는 질문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질문을 그냥 합니다. 진짜 궁금하니까요. 그 질문을 더 좋게 다듬어 주기만 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혹시 주변에 멘토링이 필요하거나 멘토가 되었다면 한 번 생각해보세요. 바로 답하기 전에 질문을 다듬고 같이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것도 멘토와 멘티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현재의 충분한 고민은 미래의 큰 자원을 절약시켜 줍니다. 잊지마세요.🤗
멘토링 문의: haebom@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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