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PO(Product Owner)가 뭔데요?
먼저, 이 이야기는 “나 때는…”이야기가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개인적 생각과 편향된 지식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을 미리 알리고 시작한다. 최근 Product Owner, Project Manager, Product Manager 등 PO, PM의 이야기가 많다. 정확히는 ‘유행’에 가깝다. 스타트업 및 대기업 등지에서 하나 둘 나오고 있는 이 직군은 이제는 교육업계를 선봉으로 널리 퍼지고 있다. (구글 트렌드 검색을 보니 19년부터 무척 퍼졌다. 한국에서만!) 나름 2016년부터 Project Manger로 일을 하고 PO로 나아가는 시점에서 이 직군에 대한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소회를 밝혀보고자 한다.

Product Owner는 말 그대로 제품의 주인이다.
한국어로는 제품의 최종 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제품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적용되며 특정 분야, 기능에 주안점을 둘 수 있다. “우와 최종 책임자/주인이니까 높은 거겠네요?” 19년도에 NDC에서 한 발표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종종 매니저(Manager)라는 단어를 보스(Boss)와 오해하곤 한다. 매니저는 해당 세션에서도 언급했지만 연예인 매니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다시 PO는 뭐하는 사람일까? 나는 “제품을 제 자식 보듯 여기는 사람”이라고 감히 정의하고 싶다. 자신의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고 몰입하는 부모의 그것과 PO가 제품을 대하는 태도는 가깝다. 그럼 자식(제품)의 성공이란 무엇일까? 뭐긴 뭐겠나 IT업계에선 높은 다운로드 수, 낮은 CPC, 줄지 않는 MAU, 가성비 좋은 ARPPU, 꾸준한 리텐션 같은 것 일 것이다. 이걸 하기 위해선? 밤낮없이 제품에 빠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스카이캐슬 같은 광기와도 같다. (물론, 나의 육아관/교육관과는 무척 다르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정의를 내려야 한다. “아니 말이 쉽지, 우리 회사는 뭐가 어떻고 상황이 저떻고” 그래 다 다를 것이다. 근데 그걸 고객들에게 이야기할 것인가? 매번? 그래서 세상에는 성공한 프로젝트, 제품, 서비스, 회사가 적은 거다. 쉬우면 누구나 다 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 어려운 것을 운이던 뭐던 다 끌어와서 해야 하는 것이다.

PO를 앞서 부모라고 말했는데 팀원들에게 있어서 PO는 Quest를 내려주는 NPC와 같다. 끊임없이 방향과 길을 제시해야 한다. 때로 그 길이 어렵고 고통스러우면 그 길에 맞는 스토리를 섞어 모티베이션을 주고 성장이나 보상을 통해 그 과정에 몰입해 결국에 그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 한다. (Quest execution) 그래서 PO는 바쁘되 빠쁜 척을 하면 안 된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티 안 내고 바빠야 한다는 것이다. 바쁜 게 들통나면 팀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상상해보라 퀘스트 주는 NPC가 오락가락하고 정신없으면 해당 퀘스트를 할 사람이 있을까? 다들 나가떨어질 것이다. 사용자(Player)는 레벨업하고 다른 퀘스트, 전문 스킬 익히기도 바쁠 것이다. 게임 시스템이 그렇듯 NPC들은 이미 다 계획이 있다.(물론 계획이 다 맞지는 않다. 플레이어는 늘 별종이라 자유분방하게 움직인다.) PO는 디자인 싱킹 등에서 말하는 한 발 물러서기(Back off)를 통해 내가 주고 있는 퀘스트가 맞는지 그리고 로드 벨런싱을 잘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아, 그래서 PO는 뭘 하는데요?
말이 길었다. PO가 하는 일은 간단하다. 정의하고 설득한다. 흔히 PON이라는 걸 정의한다. (아직도 SWOT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성을 하자) 사용자들이 가진 Problem들을 정의하고, 시장이 가진 Opportunity를 발견하고, 사용자의 Needs를 파악한다. 못 찾겠으면 고객의 소리함이라도 뒤져서 우리 사용자가 뭘 불편해하는지 어디서 Leak이 발생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유입되는 사용자보다 누수가 많다면? 결국 말라죽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이것도 간단하다. 그 문제를 해결을 위한 목표를 세팅하고 일을 만든다. 앞서 말한 퀘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팀이 무엇을 할지, 무엇을 달성할지, 누가 하고 방법은 무엇일지 차별성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등을 계획하고 일을 만들어 낸다. 말은 쉽지만 겁나 어렵다. 근데 이걸 인지하느냐 안하느냐는 엄청 중요하다. 가끔 흔히 말하는 오픈 빨, 마케팅 등에 속아서 들어오는 사용자와 빠져나가는 사용자를 제대로 파악 못하는 곳들이 한 트럭이다.
그런 다음엔 우선순위를 메긴다. 이건 순서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이 가장 급한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는 본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온 개념이다. 일에는 분명 쌓여 있는 밀린 일도 있을 것이고, 사용자들이 열렬히 원하는 일도 있을 것이고, 원래 하고자 하는 일도 있을 것이고, 절차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이것들의 중요도, 시급성, 리소스 등을 고려해 상황판을 만드는 것도 PO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걸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애자일이니 린이니 스프린트니 하는 방법론들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제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유는 거의 비슷하다. ‘아 우리가 상황이…’, ‘우리 인력이…’, ‘원래 조직문화가…’ 같은 말들이 나온다. 그러면 평생 못 바꾼다. 애자일 선언문 처음 쓴 사람들이나 제이크 냅 등 스프린트 장인들이 와도 못한다. 애초에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건데 어떻게 하겠는가? 너무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 PO는 정의하고 설득하는 사람이다. 정의하다에 관련되는 내용은 앞서 많이 떠들었으니 그러면 설득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이게 PO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의사 결정을 어떻게 내릴 것인지 어느 쪽으로 우리 제품이 향하게 할지를 정하는 것 능력이 필요하다. 소위 말하는 ‘문제 해결 능력’인데 결국 의사결정 능력으로 귀결된다.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그것에 이유를 들 수 있는 사람. 복잡한 상황을 간단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 등이 필요하다.

사실 PO는 잡다하게 다 할 줄 알아야 한다. 걔 중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강점을 가진 분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발자 출신, 기획자 출신, 디자이너 출신 같은 것 말이다. 그걸 기반으로 PO로서 더 다양하는 것을 하는 거겠지. PO의 가장 큰 역할은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정의하고 설득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다. 최종적으로는 Owner이기 때문에 책임도 져야 한다.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미니 CEO니 뭐니가 아니라 진짜 ‘책임자’으로서 책임을 지고 결정을 내리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게 말은 쉽지만 협업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만들어 본 이라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무언가를 만드는 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뭐 900km 걸으면 되니까 하루에 10km씩 90일 걸으면 되겠지 등의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가는 길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거나 길이 끊기거나 하는 이유로 일정이 바뀌고 루트가 바뀌는 건 당연하다. PO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왜 90일 만에 순례길을 다 못 걸었냐, 걸음이 왜 이리 느리냐 채찍을 때리는 게 아닌 우리가 이 순례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와 다양한 케이스 그리고 동기부여를 통해 이뤄지게 하고 설령 잘못된다고 해도 이걸 책임지고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앞서 ㅇㅇㅇ출신을 선호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냐면 그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대부분 실패를 경험해 봤을 테니까. (앞서 말했듯 성공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슬슬 결론을 내리자, PO는 뭘 하는 사람인가?
자신의 프로덕트/서비스를 자식처럼 여기며 사랑하고,
누구에게 나 열정적이고 조리 있게 이유를 설명할 수 있고,
그 제품/서비스의 성공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사람이다. 일은 전문가들이 더 잘할 것이다. 당연하다!
그럼 PO는 어떻게 Task generation 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허튼 PO 수업을 들을게 아니라 Product를 만들어 보라 그러면 PO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모든 수업이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인생은 실전이고 시장은 더욱 냉정하다. 우리는 그걸 잊으면 안 된다. 이걸로 글을 읽는 사람이 PO에 대한 오해나 궁금증이 조금이라고 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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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봄
https://www.haebom.d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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