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Your CARD 제작기: ② 이걸 누가 사? 그냥 종이 아니야?

대화를 위한 도구를 만들기 위해 질문을 모았습니다. 평소 친구들이랑 하는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간 질문들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디자이너 친구에게 디자인 작업을 부탁하고 남은 3명이서 각각 질문을 30~40개씩 모았습니다. 막상 질문들을 모아보니 이걸 이쁘게 디자인해 인쇄만 해 놓으면 이전에 A4용지에 질문이 적혀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나온 질문을 카테고리를 나눠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다양한 질문이 존재해 카테고리부터 고민이었는데 질문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나눠보니 수월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당시 나누었던 카테고리는 아래와 같은 4가지였습니다.

 

• 개인의 가치관을 묻는 질문
• 사회의 관념에 대해 묻는 질문
• 폭력적이나 성적인 내용이 있는 질문
• 초면에 가볍게 할 수 있는 질문

 

이렇게 나누고 나니 질문을 더욱 잘 만들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질문을 만들 때는 중복된 질문도 많고 말장난 같은 질문도 있었다면 주제를 정하고 나니 빠르게 정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테고리별 색을 넣었습니다. 이는 디자인을 할 때 콘셉트를 뽑을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디자이너 친구에게 부탁했던 것은 인스타그래머블 이었습니다. 인스타에 공유하고 싶고 비비드 하면서 그러데이션이 있는 것을 원했는데 색을 정하고 나니 정말 매력적인 디자인이 나왔습니다.

 

카테고리를 정하고 색을 넣으면서 게임적 요소가 가미될 수 있었는데 색에 따라 질문의 난이도가 나눠지다 보니 다른 점수를 부여할 수 있었고 그걸로 승패까지 정할 수 있었죠. (물론, 이런 점수제는 안 쓰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일단 게임적 요소를 몇 가지 넣어야 컨셉이 좋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또한, 플레이하는 방법들도 몇가지 더 고안해 낼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카드들은 섞어서 랜덤으로 뽑아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었는데 이걸 좀 더 체계적이고 다양하게 가지고 놀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개념 증명을 위해 사용된 종이 프로토타입

이런 룰들을 정하면서 개념 증명(POC)이나 사고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해볼 필요가 있었는데 엑셀에 질문들을 뽑고 제비뽑기처럼 끝에 색을 인쇄해 눈을 감고 손으로 뽑는 방식으로 사이드 프로젝트 팀원들과 함께 진행했습니다. 실제 플레이하는 것처럼 집에서 피자와 치킨 그리고 맥주를 마시며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재미있어 이것을 잘 만들었구나. 잘 되겠구나. 하는 묘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몇 번의 플레이를 거친 후,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고 시제품이 생산된 뒤에는 각자 팀원이 참가하는 소모임, 술자리 등에서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피드백, 오류/오타 수정을 거쳐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했습니다. 이때 즈음 COVID-19이 보통일이 아닌 수준이 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신천지 발, 대규모 감염) 그래서 펀딩을 미뤄야 하나 고민을 하다. 코로나가 오래될 것 같다는 생각에 펀딩을 강행 하기로 하였습니다.

 

주변에서 우려도 많았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모임도 많이 안 하는데...’, ‘이게 잘 될까? 한 번 보면 아무도 안 살 것 같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지 않아?’ 등등의 걱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해결할 수 있는 건 둘째치고 일단 우리가 만들고 하는데 재밌었거든요.

 

그렇게 대망의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합니다.

 

tumblbug.com/pick_your_card